2025年 9月
나의 작업은 흐름과 물결에 대한 관찰, 그리고 그 바탕에 놓인 유체의 움직임과 파동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결, 물이 흘러가며 남기는 흔적, 그리고 모래가 바람에 밀려 끊임없이 이동하며 쌓여가는 모래 언덕은 늘 나의 가슴을 뛰게 하는 장면들이다. 이러한 장면들은 단순한 물리 현상을 넘어, 세계가 생성되고 변화하는 질서를 연상케한다. 그것은 고정된 형상이 아니라, 끝없이 변화하고 이어지는 세계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나는 반복되는 선과 밀도의 변화를 통해 유체의 흐름 안에서 퍼져나가는 파동의 흔적을 시각화한다. 질서있게 이어지는 층류는 선의 연속성으로, 예측할 수 없는 난류는 굴곡과 진동으로, 그리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와류의 흔적은 미묘한 떨림으로 화면 위에 드러난다. 수많은 선들은 켜켜이 쌓이며 밀도와 방향, 그리고 빛의 각도에 따라 서로 다른 파동의 리듬을 일으킨다. 그리고 곧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시각적 효과를 넘어, 세계가 이어지고 변화하는 방식에 대한 사유로 이어진다. 그것은 화면을 통해 물질의 움직임을 기록하고, 그 안에 스며 있는 시간과 에너지의 흔적을 담아내는 것이다.
2024年 10月
이번 전시의 제목인 '판타 레이(Panta rhei)'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사상에서 비롯된 말로, "모든 것은 흐른다."라는 뜻을 담고있다. 천상세계를 보이지 않는 에테르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 아리스토텔레스, 유독 유체의 움직임, 즉 보텍스(vortex) 스케치를 많이 남긴 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 고대와 르네상스 시대의 사람들은 '판타 레이'의 관점으로 세계를 이해했다고 한다.
흐름으로 가득 찬 세계, 그 세계에 대한 나의 관심은 물결에서 시작한다. 나는 물결을 수많은 층위의 결들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움직임의 연속으로 이해한다. 물결이 일렁이는 순간, 동심원을 이루며 퍼져나가는 순간을 생각해보면, 흐름은 단순히 하나의 덩어리가 아닌, 그 안에 빽빽이 쌓여있는 부분들의 결합에서 기인함을 알 수 있다. 수많은 결들이 쌓여 흐름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마치 선의 흐름이 면의 흐름을 유도하고, 면의 축적이 미세한 움직임을 생성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과정은 화면 위에 종이실을 겹겹이 붙이며 흐름과 파동을 드러내는 나의 작업 방식과도 닮아있다.
물결, 움직임, 그리고 흐르는 것에 대한 관심은 점차 주변의 다른 것들로 옮겨간다. 몸 안에 흐르고 있는 혈액, 계속해서 순환하고 있는 공기와 에너지 등 이 세상의 거의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흐른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낀다. 그리고 종국에는 이 모든 것이 시간의 흐름 안에서 가능하고, 시간과 함께 흐른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치 물결처럼 끊임없이 흐르고 변화하는 모든 것, '판타 레이'의 관점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본다.